부산국제영화제
그 축제를 알아보자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2016년 10월 6일 개막해 15일까지 영화의전당을 중심으로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일대에서 열렸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69개국에서 초청된 영화 299편이 상영됐다. 신인 감독들이 대거 발굴됐고,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규모와 질에서 크게
처지지 않는 영화제 구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4년 9월 제19회 BIFF를 앞두고, 부산시가 영화 ‘다이빙벨’ 상영 취소를 요구하면서 불거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열려 관객이 지난해보다 26% 가량 줄었다.
그러나 영화제를 거르지 않고 무사히 치러냈다는 점에서 평가를 해줄 필요는 있다.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를 위한 정관 개정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해촉된 채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간부 4명의 명예 회복이 숙제로 남았다.
특히 올해 영화제는 지난 2년간 홍역을 치른 BIFF를 응원하는 아시아 영화계 거장과 중견 감독들의 연대가 빛을 발했다. 허우샤오시엔(대만), 이창동(한국),
고레에다 히로카즈(일본), 이 세 감독이 한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허우·고레에다 감독 모두 BIFF 초청작이 없었지만 오로지 이 대담을 위해 부산을 찾았다. 대담에서 허우 감독은 “BIFF에서 앞으로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불러달라,
당장 달려오겠다”고 했고, 고레에다 감독도 맞장구를 쳤다. 이창동 감독은 “긴 싸움 속에서 BIFF와 영화인들이 자존심만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스타 배우 오다기리 조, 아오이 유우를 GV와 오픈토크 등에서 만나고, ‘블리드 포 디스’의 배우 마일스 텔러와 애런 액하트도 만날 수 있었다.
한국 배우로는 이병헌, 손예진, 윤여정이 오픈토크에 나섰다.
이병헌은 할리우드에 가장 열심히 도전하고 있는 한국 배우로서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어릴 때부터 영화에 대한 꿈을
갖게 해주신 아버지께 제가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것이 가장 큰 동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병헌은 자신의 출연작 가운데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게 한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을 가장 기억할 만한 영화로 꼽았다.
손예진은 ‘소예진’이라는 자신의 별명에 대해 “어느 순간부터 많은 분들이 제가 쉬지 않고 작품을 한다고 그렇게 불러주셨는데, 우직하게 자기 일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주신 것 같아 좋은 별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로 BIFF에 초청된 윤여정은 50년 연기 인생을 통해 얻은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재용 홍상수 임상수 등 유명 감독들이 자신을 자꾸 찾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싼 값에 일을 잘한다”고 재치있게 대답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올해 영화제는 이렇게 여러 곡절 끝에 맥을 잇는 느낌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