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은 분명
부산의
자랑거리다
하지만 부산 사람들에게 부산항은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부두 항만 종사자가 아니고서야 쉽게 드나들 수 없는 곳이다 보니 그저 낯설게만 느껴지고,
어쩌다 연안부두나 여객터미널을 이용한다 해도 그 단편적인 인상들이야 뇌리에서 이내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렇다 보니 부산 사람들이 부산항에 대해 품고 있는 자부심과 긍지도 막연하고 모호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08년 막을 올린 ‘부산항 축제’는 바로 이런 고민에서 비롯된 부산의 축제다. 부산항의 세계적 위상이나 역사성을 말하기에 앞서 우선 부산 시민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
친해져야 알 수 있고, 알아야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해야 지켜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부산항축제’의 출발점인 셈이다.
이런 취지를 살리기 위해 ‘부산항 축제’가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부산항을 ‘시민들에게 친숙한 공간, 시민들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일이다. 부산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을 부산항 발전,
나아가 부산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축제를 주최하는 부산시는 “부산항과 관련된 산업·문화·교육이 결합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부산항 관련 기업·기관·단체·대학이 축제에 참여함으로써
세계 수준의 항만 축제로 성장해 나간다”는 비전을 밝히고 있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2016 부산항 축제’는 5월 27부터 29일까지 북항과 영도에 위치한 국립해양박물관 일원에서 열렸다. 올해의 슬로건은 '유라시아 게이트웨이! 부산항을 시민의 품으로!(Eurasian Gateway, Busan Port!)'. 세계의 항만으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와 더불어 시민 곁으로 한발짝 더 다가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랄 수 있겠다. 부산항 투어, 선박 공개 행사 등 19개의 해양 항만 특화 프로그램으로 꾸며진 ‘2016 부산항 축제’는 부산항 개항 140주년을 맞아 더 크고 더 화려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5월 27일 오후 7시 펼쳐진 개막 행사는 축제 최초로 북항(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열렸다. 이전에는 영도가 개막 행사의 단골 무대. 특설 무대에서는 모스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개막 축하 연주와 팝페라 가수 임형주, 이사벨, 뮤지컬 아역 배우 윤시영의 노래가 이어졌다.
이어 부산항대교와 북항재개발 부지에서는 축제의 개막을 축하하는 불꽃 쇼가 펼쳐졌다. 특히 올해 불꽃 쇼는 지난해보다 한층 커진 규모로 마련됐다. 공연 시간은 10분에서 20분으로,
불꽃 수는 7000발에서 2만 발로 대폭 늘었다. 높이 70m가량의 부산항대교에서 직접 쏘아 올리는 대형 불꽃은 최대 300m 상공에서 터지며 부산항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화려한 불꽃 쇼가 펼쳐지는 내내 원 도심 일대와 영도구, 북항 특설 무대 등에선 탄성이 이어졌다.
또 불꽃 연출과 함께 펼쳐진 ‘열기구 나이트 글로우 쇼’도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항 140주년, 제9회 부산항 축제' 글자가 씌어진 8개의 대형 열기구로 환상적이고 이색적인 북항의 야경을 연출해 호평을 받았다.
‘부산항 축제’의 특색이 가장 잘 묻어나는 프로그램은 ‘부산항 투어’. 시민들이 평소 접하기 힘든 부산항 일대를 배를 타고 직접 둘러볼 수 있는 행사로 올해의 경우 부산해양경비안전서 부두와 국제 크루즈 터미널 부두에서 마련됐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2016 부산항 축제’는 5월 27부터 29일까지 북항과 영도에 위치한 국립해양박물관 일원에서 열렸다. 올해의 슬로건은 '유라시아 게이트웨이! 부산항을 시민의 품으로!(Eurasian Gateway, Busan Port!)'.
세계의 항만으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와 더불어 시민 곁으로 한발짝 더 다가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랄 수 있겠다. 부산항 투어, 선박 공개 행사 등 19개의 해양 항만 특화 프로그램으로 꾸며진
‘2016 부산항 축제’는 부산항 개항 140주년을 맞아 더 크고 더 화려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 부대 행사로 태종대 입구에서 특설 무대까지 6.5km 구간에서 펼쳐진 ‘바다사랑 한마음 걷기대회’를 비롯해 부산항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강연 프로그램 ‘부산항 백과사전’,
바다를 주제로 한 ‘글짓기·그림그리기 대회’, 전통연, 캘리그라피 등을 만들어보는 ‘문화 체험’, 항만인들의 친선을 도모하는 ‘항만가족축구대회’, 부산항의 야경을 담아낸
‘부산항 불꽃 사진 SNS 공모전’, ‘해양문화전시’ 등이 마련됐다.
축제 기간 내내 행사장 일원에서는 의장대, 어쿠스틱, 밴드, 댄스 등 다양한 상설 공연이 펼쳐졌고 2030 부산EXPO 홍보 부스, 사회적 협동조합 및 마을기업 등 유관 기관의 홍보 부스가 마련되기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항만’. 이런 표현은 더 이상 부산항에 어울리지 않는다. 물동량 세계 6위(2015년 기준). 여수·광양항(67위), 인천항(68위) 등 국내의 경쟁 항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근의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여전히 그 위상을 지키고 있는 부산항은 이미 한국을 넘어 지구촌 무역통상을 주도하는 ‘세계를 대표하는 항만’의 하나이다.
부산항은 또한 역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1876년 외세의 강압에 의해 개항한 한국 최초의 무역항. 일제 강점기에는 수탈의 창구였고 한국전쟁 중에는 유엔군의 병참기지였으며 70년대
이후 한국경제성장의 산파로 살아왔으니 말이다. 경제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부산항은 ‘세계의 항만’으로 손색이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부산항과 맞닿은 채 살아가는 부산 사람들에게 부산항은 어떤 존재, 어떤 의미일까. 부산 시민 누구나 그 경제적 가치를 피부로 느끼고 있고, 그 역사적 가치를 함께 호흡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지 싶다. 대다수 시민들에게 부산항은 ‘우리들의 공간’이 아니라 ‘해양수산 종사자들만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과연 부산 시민 가운데 그 많은 부두와 항만을 구경 한 번 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개는 서울 사람, 대구 사람이나 다를 바 없이 TV나 영화 속 한 장면을 끄집어내는 정도 아닐까?
부산항이 부산 시민과 단절된 공간으로 남아 있는 한, 해서 부산항이 부산 시민의 관심사 밖에 머물러 있는 한 누구도 부산항의 미래를 장담할 순 없다.
그 경제적 역사적 가치를 아무리 강조해 본들, 아무리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해 본들 울림을 기대하긴 힘들다. 부산 사람조차 눈길을 주지 않는 부산항에 대체 한국의 누가, 세계의 누가 관심을 기울이겠는가.
‘부산항 축제’가 한편으론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운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개항 140년에 비하면 그 출발이 한참 늦었지만 그나마 축제를 통해 부산 시민과 부산항의 만남을 중매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고작 3일의 짧은 축제 기간이나 일부 의례적인 프로그램을 보면 과연 부산시민들이 부산항을 제대로 느끼고 제대로 알고 제대로 사랑할 수 있겠나 싶은 안타까움을 갖기도 한다.
축제란 모름지기 어떤 사건이나 대상을 기념하고 그 의미와 기억을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부산항 축제’가 걸어가야 할 길도 다르지 않다. 부산항의 의미와 부산항의 기억을 모든 부산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일, 그리하여 부산항이 부산 사람들의 자부심과 긍지와 애정이 또렷이 각인된 공간으로 자리 잡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 내년이면 출범 10년을 맞는 ‘부산항 축제’가 부산 냄새,
바다 냄새 물씬 풍기며 부산항으로 부산 사람들을 두루두루, 왁자지껄 불러 모으는 신명나는 잔치로 우뚝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