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보다 뜨거운
매직의 열기
한 여름의 폭염보다 뜨거운 매직의 열기에 부산이 휩싸였다.
아시아 최대의 마술축제인 '2016년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이 8월4일부터 7일까지 4일간에 걸쳐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전 세계 16개국 100여 명의 마술사 및 아티스트들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된 제11회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은 하늘 연극장에서 개막식이 진행됐고, 이후 페스티벌의 꽃인 나이트 매직 갈라쇼가 화려하게 펼쳐지면서 4일간의 막이 올랐다.
특히 나이트 매직 갈라쇼는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마술올림픽(FISM) 그랑프리 수상자인 한국의 유호진 마술사를 비롯해 국내외 최정상급 마술사들이 공연을 펼쳐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에 앞서 영화의 전당에서는 오는 2018년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마술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리셉션도 개최됐다.
모든 길은 매직으로 통한다. 4일동안 펼쳐진 행사의 내용은 말 그대로 매직의 향연이었다.
세계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유명 마술사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부산국제마술대회’와 올해 새롭게 신설된 '국제실버마술대회', '어린이 마술올림픽', 어린이들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월드 키즈매직쇼'가 관객들을 홀렸다.
마술과 다른 장르들이 결합돼 볼거리가 더욱 풍부해진 마술공연으로는 스토리텔링 매직 '조선마술사', 매직컬 아트쇼 '박물관이 살아있다, 성인들을 위한 '비주얼 매직쇼' 등이었다.
교육 마술의 필요성과 관심이 늘어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신설된 '교육마술 컨퍼런스와 우수 강의 사례'는 무료로 진행됐다.
그 외 부대행사로 '세계마술도구 체험', '고대마법 유물전', '한국 원로마술사 특별전' 등이 진행됐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은 부산을 마술의 ‘메카’로 자리잡게 했다. 매년 한 여름에 열리는 이 마술 축제는 부산시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 마술페스티벌 가운데 최대 규모인 것은 물론 가장 권위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어느 정도 유명해지고 나서는 전 세계 마술 마니아들이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부산을 찾고 있을 정도다.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조직위는 올해 10만 여명의 관람객이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을 즐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람객 이민우(직장인)씨는 “몇 년 전부터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은 빠지지 않고 찾고 있다. 해마다 마술공연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즐길거리로 아주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2018년 ‘세계마술올림픽’을 앞둔 부산은, 지금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마술의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예전의 경우 마술이라고 하면 단순한 손기술 정도라고 여겼다. 하지만 마술은 진화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규모가 커지고, 종합예술로 진화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마술의 신비로운 판타지와 뮤지컬의 음악적 판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매지컬(Magic+Musical=Magical)'이라는 신개념 마술공연이 생겨났고, 스토리텔링 구조를 가진 마술공연, 토크와 마술이 만나는
'스탠딩 토크 매직쇼' 등으로 다채로워졌다.
8월5일부터 영국 에든버러에서 국내 대표적인 마술사들이 펼치고 있는 '스냅(Snap)'이라는 마술공연도 마술과 댄스, 코미디 등이 결합한 독창적인 종합예술공연으로 불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이은결, 최현우 마술사 등에 의해 일어났던 마술 붐은 각종 이벤트에 마술공연은 필수라는 공식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많은 행사에 마술공연이 등장해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이에 힘입어 마술을 취미나 특기로 배우려는 사람이 늘면서 마술학원도 곳곳에 세워졌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문화센터에는 마술배우기 강좌가 생겨났다. 또 방과후학교에서도 마술배우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마술병'이라는 보직이 생겨날 정도다.
부산을 대표하는 마술공연 기획사인 그루잠 프로덕션 김형준 대표는 "사람들에게 마술이 인기를 끌면서 마술공연이 많이 대중화됐다. 이와 함께 마술공연도 단순한 기술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장르가 결합한
대규모 마술공연으로 거듭나는 등 큰 변화를 겪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 같은 트렌드는 이어져 마술은 갈수록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 양과 질적으로 성장한 마술업계도 위기를 겪고 있다. 금융위기와 함께 찾아온 경기침체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어진 세월호 참사
등과 같은 악재는 마술업계를 얼어붙게 했다. 각종 행사에서 인기를 끌던 마술공연이 점차 뜸해졌다.
무엇보다도 마술업계는 그 저변이 약하다. 대학에 마술학과가 생기고 프로마술사가 많이 배출되는 것은 물론 질적으로도 완성도를 갖춘 마술공연이 늘어났지만, 비싼 값을 지불하고 공연을 즐기려는 문화적 토대가 취약하다.
일부 몇몇에 불과한 스타 마술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프로마술사가 마술을 보여 줄 공연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불규칙적으로 열리는 행사에만 뛰어다니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형편인 것이다.
마술업계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마술전용관이 생겨나 수준 높은 마술공연이 이뤄져야 하고, 산업으로서 마술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또 마술공연이 영화, 연극, 뮤지컬과 같은 하나의 문화예술
분야로 대우 받을 수 있도록 관람객의 의식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김기영 마케팅팀장은 "부산이 마술업계에서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시점이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부산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듯 마술도 그 위치까지 갈 여력은 충분히 된다.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 현재 부산 마술업계는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