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길 축제가 열리는
화명생태공원
부산과 김해가 함께하는 ‘허왕후 신행길 축제’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부산도시철도 화명역에 내려 북구 화명생태공원으로 향했다.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화명생태공원 선착장에 도착하니 커다란 물고기 두 마리가 마주보는 대형 풍선 조형물이 기다리고 있다. 과연 이 물고기는 무슨 의미일까?
기억을 더듬어보니 부산과 이웃한 김해를 구경하다 시내 곳곳에서 이 물고기 문양을 자주 봤다. 대표적으로 수로왕릉과 은하사에 '쌍어문양'이 있었다. 두 마리의 물고기가 연꽃을 지키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김해의 명산인 '신어(神魚)산'은 바로 '신의 물고기'라는 뜻이 아닌가.
‘허왕후 신행길 축제’는 가야국 김수로왕과 허왕후라는 역사문화 자원을 부산과 김해가 공동으로 관광상품화하고,나아가 부산·김해·인도의 역사 문화를 매개로 경제 교류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고 했다.
허황후는 누구인가? 이름은 허황옥(許黃玉), 김해허씨(金海許氏)의 시조로 인도 아유타국(阿踰陀國)의 공주였다고 한다. 아유타국의 위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인도 아요디아라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수로왕릉 정문 대들보에 새겨진 두 마리의 물고기가 인도 아요디아 지방의 건축양식에서 볼 수 있는 문양이기 때문이다. 인도 아요디아 지방에 간 한국 사람들은 시내의 사원마다 대문 정면에 물고기 두 마리가
마주보고 있는 그림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김해 수로왕릉 정문에 그려져 있는 쌍어문(雙魚文)과 똑같은 모양이어서 그렇다.
허황옥은 서기 48년(유리왕 25) 7월 27일 배를 타고 가야에 와서 수로왕의 왕비가 되었다. 아들 10명을 낳았는데, 2명에게 어머니의 성(姓) 허(許)씨를 주었다. 이 또한 인도 아유디아의 풍습이기도 하다.
김해시에는 허황후의 묘와 그녀가 인도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알려진 파사석탑이 남아있다.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부산과 김해,인도,가야를 소개하는 주제관에 들어섰다. 떠오르는 대륙 인도에 대해 알게되는 기회다. 인도는 인구가 12억으로 세계 2위의 나라이다.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등 4개의 주요한 종교의 발상지이자 기원 후 천년 동안 조로아스터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이 인도에 영향을 미쳐 현재 인도의 다양한 종교 문화를 만들었다.
‘신행(新行)길’은 혼인을 할 때 신랑이 신부 집으로 가거나 신부가 신랑 집으로 가는 길을 의미한다. 허황후 신행길은 허황후가 오랜 항해 끝에 첫발을 디딘 망산도에서부터 시작해 첫날밤을 보낸
흥국사를 거쳐 고대 가락국의 수도 김해로 이어지는 길이다. 허황옥 공주의 부친은 꿈속에서 가락국 김수로왕에게 공주를 보내 짝을 맺으라는 계시를 받았다. 김수로왕은 국혼을 청하는 신하들에게
하늘이 배필을 보내줄 것이라며 망산도에 가서 기다리라고 명령을 내렸단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김해에서 생산되는 쌍어 모양의 빵을 먹으니 맛도 있고 재미도 있다.
체험존에서는 베다수학,아로마 테라피,요가체험 등 인도의 문화를 만났다. 농업국가에서 IT 강국으로 도약한 인도의 저력이 '수학'에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이 배경에는 고대부터 전해온
'베다수학'이 있다. 베다는 기원전 2세기부터 구전되어온 카스트 제도의 최상층인 브라만 계급만 접근할 수 있는 특권적인 지식이었다. 국내 한 방송에서 소개되며 국내에서도 요즘 인기를 끄는 모양이다.
인도 두뇌 게임이자 보드게임인 까롬(carrom)도 인기를 모았다. 까롬은 당구와 유사한 테이블 게임이다. 사각형 모양의 테이블 위에 동그란 모양의 까롬멘을 쳐서 2개의 구슬을 모서리 구석에 넣고 마지막으로 퀸을 넣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이번 축제의 백미는 인도정부 관계자와 함께한 가야궁 비빔밥 퍼포먼스였다. 허왕후가 시집온 7월 17일을 의미하는 인도 카레를 포함한 7가지 주재료와 17가지 부재료를 활용한
가야궁 비빔밥 퍼포먼스가 성대하게 펼쳐져 관람객들에게 재미를 더했다. 비빔밥은 화합과 융합의 상징이다. 2016인분의 비빔밥이 마련된 무료시식행사에 관람객들의 줄이 길다.
축제의 대미는 공식행사 주제공연이다. 허왕후가 타고 온 돗배를 형상화해 북구청에서 화명생태공원까지 거리 퍼레이드를 하면서 주요 지점에서 퍼포먼스도 보여주었다.
화명생태공원에서는 공식행사 주제공연으로는 허황후가 가야국에 첫발을 내딛는 하선 장면 재연을 시작으로 인도 공주가 사랑을 찾아오는 이야기가 화려하게 펼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허왕후 신행길 축제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결혼이자 글로벌 시대의 사회적 화합의 메시지가 담긴 다문화 축제로 승화시켜 부산·김해·인도와의 역사 문화를 교류,
체험하는 초석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황후 신행길 축제는 다문화시대를 맞아 갈수록 의미가 있는 축제로 성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