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조선통신사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끝났다. 조선은 쑥대밭이 됐다. 조선에 출병하지 않았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사명대사와 교섭해 국교를 회복했다.
사명대사는 포로로 잡혀간 조선인들을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고, 도쿠가와 막부는 내치 안정을 위해 조선의 선진 문화를 받아들이기를 원했다. 양측의 이해는 통신사 일본 파견에서 일치를 이뤘고,
도쿠가와 막부는 통신사 일본 방문을 ‘쇼군 일대의 의식’으로 매우 중시했다.
‘통신(通信)’은 '신의를 나눈다'는 의미로, 일본인들은 이를 조선에서 온 통신사라 해서 조선통신사라 불렀다. 한국에선 굳이 조선통신사라고 부를 이유가 없다.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약 200년 동안 통신사는 일본을 12차례 방문해 조선 국왕의 국서를 전달하고 도쿠가와의 답서를 받아 왔다.
막부의 경사나 쇼군 계승이 있을 때 방문했고, 중국의 선진 문화를 먼저 받아들인 조선의 문화예술을 전파하는 기능도 수행했다.
통신사는 정사, 부사, 종사관 등 3사가 이끌고, 화원 의원 역관 악사 등 400~500명의 대규모 사절단을 이뤘다.
조선 수도 한양을 출발, 대한해협을 건너 오늘날 도쿄까지 가야하는, 왕복 3000㎞에 이르는 길고도 위험한 경로였다.
여정 곳곳에서 통신사 행렬은 일본 문인들과 필담을 주고받으며 노래와 춤, 술잔을 나눴다. 일본 내 각 지방 수령들은 통신사 행렬을 극진히 대접했고,
일본인들에게 행렬이 남긴 문서와 그림 등 예술품은 열광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이를 오늘날 한류의 원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통신사는 한일 양국이 전란의 폐허를 딛고, 신뢰를 기반으로 평화와 선린 우호 교류를 성사시킨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며, 실제 통신사 교류가 있었던 200년
동안은 양국간 외교 마찰이나 군사 충돌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신사 행렬이 배에 올라 조선을 떠나는 기점이었던 부산은 한국 어느 지역보다 통신사와 관련된 이야기와 유산이 풍부한 곳이다.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높은 날은 배를 띄울 수가 없었기에 행렬은 몇 날이고 기다려야 했다.
행렬을 떠나보냈던 영가대가 복원돼 있고, 조선통신사 역사관도 운영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2002년부터 조선통신사 축제가 열렸다. 외교와 문화 교류를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의 선린 우호와 평화 공존 정신을 오늘날 되살려보려는 취지였다.
부산문화재단이 조선통신사축제를 주관하면서 2013년 부산에서 열린 통신사축제에 참여했던 일본 측 관계자들에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한일 공동 등재를 추진해보자고 제안했다.
일본에서도 쓰시마 시모노세키 등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조선통신사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통신사가 거쳐간 일본 내 지역을 묶은 ‘연지연락협의회’도 있다. 연지연락협의회가 화답해 양측은 본격 준비작업에 들어갔고, 2016년 3월 유네스코 사무국에 한일 공동 명의로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서를 접수했다. 심사 결과는 2017년 6~8월 발표된다.
2016년 3월 30일 부산 중구 중앙우체국에서 한국 측 부산문화재단 박승환 국제교류팀장과 일본 측 연지연락협의회 아비루 마사오미
사무국장이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서를 접수한 뒤 열린 올해 조선통신사 축제는 등재가 순조롭게 이뤄지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더해 풍성하게 열렸다.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소울’(소통과 어울림)을 만들어 양국 연고도시 대표자 12명이 참여해, 등재 기원 퍼포먼스를 펼쳤다.
전시 체험 프로그램 ‘조선통신사 한마당’에는 유네스코 등재 기원관이 설치됐다.
5월 7일 메인이벤트로 열린 ‘조선통신사 평화의 행렬’에는 1500여 명의 국내외 문화예술단체,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일본 기타큐슈의 ‘야마가사’와 한국 안동의 차전놀이 행렬은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행렬을 이끄는 3사 가운데 정사에는 배우 박정철, 부사에는 다섯 번째 통신사(1643년. 인종 21년)에 종사관으로 참여한 신유의 후손인 신경식 씨, 종사관에는 조선통신사학회 학술위원인 박화진 부경대 사학과 교수가 맡았다.
통신사 축제는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통신사 캐릭터 종이인형 만들기, 자전거 펄러비즈 캐릭터 만들기, 캔버튼 만들기, 물레체험, 3D 포토존 등 가족단위 관람객들도 즐길거리가 많다. 필담창화 미술 경연을 비롯해 한일 문화교류 공연, 전통공연 등 공연과 경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