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단편영화제
BISFF
1980년 국내 최초로 단편영화제 이름을 걸고 시작된 BISFF는 출범 초창기 ‘한국단편영화제’라는 이름으로 한 해 건너 열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매년 개최됐다.
2000년부터는 시야를 아시아로 넓혀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로, 2010년부터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로 시야와 영역을 확장해왔다.
단편영화는 상영하는 곳이 많지 않아 특별히 마음먹지 않으면 접하기조차 어려운 장르다. 장편영화가 기승전결을 탄탄하게 갖추고 관객을 이야기 속으로 몰입시킨다면,
단편은 짧은 시간 안에 감독의 이야기를 함축시키거나 하나의 단면만 집중해 부각하기도 한다. 적은 자본으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감독의 구상이 훨씬 자유롭게 투영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관객들에게 단편영화제는 다양한 소재와 자유로운 주제, 새로운 표현 방식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BISFF는 그런 단편영화제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제33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는 2016년 4월 22일 개막해 26일까지 영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40개국에서 초청된 영화 140편이 상영됐다. 게스트와의 만남(GV) 20회, 프로그램 가이드(영화 감상 안내) 2회가 열렸고, 영화인 341명, 관객 4681명이 참여했다.
BISFF 프로그램의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주빈국 프로그램이다.
단편영화뿐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예술을 종합적으로 접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라는 점에서 관객들이 주목할 만한 섹션이다.
2012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그해 프랑스를 시작으로 2013년 중국, 2014년 스페인, 2015년 스웨덴에 이어 2016년 오스트리아를 선정했다.
해당국이 강점을 갖는 장르의 단편 영화를 집중 소개하고, 그 나라 영화인들이 BISFF를 방문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특히 2016년에는 주빈국 프로그램 내에 ‘스팟 온 오스트리아’라는 별도 섹션을 만들어 관객들은 국내에서 자주 접하기 어려운 오스트리아의 공연예술을 만날 수 있었다.
2017년에는 건국 150주년을 맞는 캐나다가 주빈국으로 예정돼 있다. 제33회 BISFF는 캐나다 단편영화의 세계를 예고하는 ‘프리퀄 오브 캐나다’를 마련하기도 했다.
홍영주 수석프로그래머는 “제33회 BISFF에서 오스트리아 주빈국 프로그램은 어느 해보다 원래 취지에 부합하도록 구성했다”고 자부했다.
오랜 클래식 음악 전통을 가진 나라답게 강점을 갖고 있는 음악영화, 그리고 세계 단편영화 시장에서 인정받는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들이 주로 소개됐다.
이렇게만 보면 BISFF가 영화 매니아, 시네필만 만족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BISFF의 매력은 가족단위, 어린이 관객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5년 ‘패밀리 단편’ 섹션을 만들어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들을 소개하기 시작했고,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관심을 갖는 애니메이션을 집중 조명하는 ‘클로즈 업-애니메이션 특별전’도 33회 BISFF에서 호응을 얻었다.
지역 영화 전공 대학생들을 영화제 직전 팀 단위로 뽑아 단편 다큐멘터리 제작비 100만 원씩을 제공하고, 심사를 거쳐 최우수작에 상금 100만 원을 지급하는 ‘오퍼레이션 키노’도 관심을 가져볼 분야다.
기성 감독들의 시선이 아니라 한창 영화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의 팀 작업 결과라 신선하다. 행여 그들 중 내일의 한국영화를 이끌 거장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